요한의 로고스, 생명과 빛으로 임한 말씀의 비밀
요한의 '말씀': 생명과 빛의 언어
요한복음의 첫 장은 성경 전체에서 가장 심오하면서도 신비로운 선언으로 시작합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이 짧은 구절 속에는 창조와 구원의 신비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요한은 '말씀', 곧 로고스(Logos)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성과 하나님의 구속 계획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요한이 말한 '말씀'의 깊은 의미와 그 안에 담긴 생명과 빛, 그리고 종말론적 소망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로고스: 태초의 말씀, 그리고 하나님
요한복음 1장 1절은 이렇게 선포합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요한복음 1:1, 개역개정). 여기서 '말씀'으로 번역된 헬라어는 '로고스(Logos)'입니다. 로고스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우주를 질서 있게 유지하는 이성적 원리를 의미하며, 플라톤(Plato),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 스토아 학파(Stoics)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요한은 이 철학적 개념을 넘어, 로고스를 단순한 원리가 아닌 인격적인 존재, 곧 하나님으로 소개합니다.
로고스는 태초부터 하나님과 함께 있었고, 그 자체가 하나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로고스는 세상을 창조한 능력이며, 인간의 역사 속으로 들어오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요한복음 1장 14절은 이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이는 로고스가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다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 진리를 선포하는 것입니다.
말씀과 생명, 빛의 관계
요한은 로고스를 단지 창조의 원리로만 보지 않습니다. 그는 로고스를 생명의 근원으로, 빛의 근원으로 묘사합니다.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요한복음 1:4, 개역개정). 여기서 '생명'은 단순히 살아있음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누리는 영원한 생명을 뜻합니다. 그리고 '빛'은 어둠을 물리치고 진리를 드러내는 하나님의 계시를 상징합니다.
생명의 떡
예수님은 요한복음 6장 35절에서 "나는 생명의 떡이니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줄이지 아니할 터이요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단지 육체적 생명을 유지하는 양식이 아닌,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분이라는 의미입니다. 생명의 떡으로 오신 예수님은 우리의 영혼을 배부르게 하시며, 참된 만족과 구원을 주시는 분입니다.
세상의 빛
또한 예수님은 요한복음 8장 12절에서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둠은 죄와 무지, 절망을 상징하며, 빛은 하나님의 진리와 희망을 의미합니다. 세상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은 어둠 속에 있는 인류에게 길을 제시하시며, 우리 삶의 방향을 밝히십니다. 그의 빛은 단순한 지식이 아닌, 우리 존재의 어둠을 몰아내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을 열어주시는 구원의 빛입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
요한복음 14장 6절에서 예수님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께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며, 그분 안에 참된 진리와 영원한 생명이 있습니다. 여기서 '길'은 단순한 방향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로 나아가는 전인적인 삶의 여정을 의미합니다. '진리'는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본질이며, '생명'은 하나님과 함께하는 영원한 존재를 뜻합니다.
이 모든 선언은 로고스, 즉 말씀이신 그분이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시고, 어둠 속에 있는 인류에게 빛을 비추기 위해 오셨음을 보여줍니다.
말씀과 창조, 그리고 종말의 심판
요한은 말씀을 창조의 도구로 이해합니다.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요한복음 1:3, 개역개정).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신 것처럼, 로고스는 창조의 중심에 있습니다. 모든 존재는 말씀으로 지음 받았고, 생명과 질서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로고스와 종말의 심판과 회복
하지만 로고스는 창조에 머물지 않고, 종말의 때에 심판과 회복을 이루는 역할도 합니다. 종말은 단순히 세상의 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거대한 전환의 시기입니다. 요한계시록에서 예수님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묘사되며, 심판의 주로 등장합니다. "그가 피 뿌린 옷을 입었는데 그 이름은 하나님의 말씀이라 칭하더라" (요한계시록 19:13, 개역개정). 이는 예수님께서 죄악에 물든 세상을 공의로 심판하시며, 하나님의 거룩함을 회복하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종말의 심판은 단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의로운 이들에게는 위로와 소망의 때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세상이 창조되었듯, 말씀으로 다시 새롭게 되는 것입니다.
로고스의 모습: 어린 양, 왕, 심판주
요한계시록에서 로고스는 다양한 상징적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어린 양
먼저, 로고스는 어린 양으로 등장합니다. "어린 양"은 예수님께서 인류의 죄를 대속하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희생되신 존재임을 상징합니다. 요한계시록 5장 6절에서는 "보라 보좌와 네 생물과 장로들 사이에 어린 양이 서 있는데 일찍이 죽임을 당한 것 같더라"고 기록합니다. 이 어린 양은 죄를 씻기 위해 죽임을 당했으나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을 나타내며, 하나님의 구원의 중심입니다.
왕
또한 로고스는 만왕의 왕으로 나타납니다. "그가 만왕의 왕이요 만주의 주라" (요한계시록 19:16, 개역개정). 이는 예수님께서 만물을 다스리시는 권세를 지닌 왕이심을 뜻합니다. 그분은 세상의 모든 권세 위에 계시며, 하나님의 나라를 영원히 통치하십니다.
심판주
마지막으로, 로고스는 심판주로 나타납니다. 그는 공의로 세상을 심판하시며, 악을 제거하고 새 하늘과 새 땅을 이루시는 분입니다. 요한계시록 20장에서는 그가 죽은 자들을 심판하시는 장면이 등장하며, 생명책에 기록되지 않은 자는 둘째 사망을 당하게 됩니다.
이처럼 로고스는 창조의 시작이자, 심판과 새 창조의 완성을 이끄는 분입니다. 요한복음에서 시작된 말씀의 이야기는 요한계시록에서 우주적 차원의 완성을 맞이하며, 하나님 나라의 영광스러운 성취로 이어집니다.
오늘 우리에게 다가오는 말씀
요한이 전한 로고스는 철학적 개념이 아니라, 살아 계신 하나님의 생생한 계시입니다. 태초부터 계셨고, 지금도 우리 가운데 살아 역사하시는 그 말씀이, 우리에게 생명과 빛을 주시며,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나라를 완성하십니다. 우리는 그 말씀을 통해 창조의 기원을 알고, 구원의 길을 발견하며, 종말의 소망을 품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요한계시록 속에서 로고스가 어떻게 구체적인 상징으로 나타나는지, 그리고 그 상징들이 오늘 우리의 신앙과 어떤 관련을 맺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성취를 기다리는 폴(Paul of Await)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