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마리에서 책으로: 코덱스가 ‘성경 한 권’을 가능하게 한 이유
낱장의 편지들이 하나의 ‘이야기’가 될 때 책장에 꽂힌 수많은 책 중에서 가장 손때가 묻은 한 권의 책을 꺼내 봅니다. 우리는 그 책을 ‘한 권’으로 인식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수많은 문장과 문단, 그리고 작가가 고심 끝에 배치한 여러 장(Chapter)이 숨어 있습니다. 만약 이 책의 페이지들이 모두 낱장으로 뜯겨 집안 곳곳에 흩어져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것은 그저 ‘종이 뭉치’에 불과할 것입니다. 성경 역시 처음부터 지금처럼 가죽으로 멋지게 제본된 ‘한 권의 책’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것은 누군가의 서신이었고, 어떤 것은 예배를 위해 기록된 짧은 기록물이었습니다. 이 흩어져 있던 문서들이 하나의 표지 안에 묶여 ‘성경(The Bible)’이라는 단일한 권위로 인식되기까지는 인류 문명사와 기술사의 극적인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흩어진 조각들이 어떻게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이루는 ‘단일한 목소리’로 통합되었는지, 그 보이지 않는 끈을 찾아 떠나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