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성경의 탄생: 로스·이수정·‘하나님’이라는 단어가 만든 문화적 기적
낯선 땅에서 날아온 내 어머니의 편지 오랫동안 타국을 떠돌며 살던 한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그는 그 나라의 말을 배우고 그곳의 질서에 적응하며 살아가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는 채워지지 않는 깊은 갈증이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에서 보낸 편지 한 통을 받습니다. 봉투를 뜯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화려한 외국어가 아닌, 어린 시절 어머니가 머리맡에서 읽어주던 정겨운 고향의 글자들입니다. 그 글자를 읽는 순간, 그는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해 냅니다. 어려운 법전이나 고고한 철학책이 줄 수 없던 위로와 용기가, 투박하지만 명료한 ‘나의 언어’를 통해 심장 깊숙이 박히기 때문입니다. 내 나라의 말로 진리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행위를 넘어, 잊고 있던 나의 존엄과 정체성을 되찾는 일입니다. 우리 민족에게 한국어 성경의 도착은 바로 이러한 사건이었습니다. 한문이라는 높은 장벽 뒤에 숨어있던 진리가, 소외당했던 우리 글자 ‘한글’의 옷을 입고 평범한 백성들의 방으로 직접 걸어 들어온 것입니다. 성경이 어떻게 우리 언어로 번역되어 우리 손에 쥐어지게 되었는지, 그 눈물겨운 ‘건너감’의 지도를 함께 펼쳐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