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이 무너졌을 때, 사람들은 글자로 성소를 지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당신을 증명할 마지막 하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가꾸어 온 터전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상상해 보십시오. 내가 나고 자란 집, 매일 아침 인사를 나누던 이웃, 그리고 내 존재의 근간이었던 모든 질서가 거대한 힘에 의해 강제로 해체되는 경험 말입니다. 갑작스러운 재난이나 전쟁으로 피난길에 오르는 사람들의 가방 속에는 대개 무거운 금붙이나 화려한 옷가지가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들이 마지막까지 가슴에 품고 가는 것은 빛바랜 사진 한 장, 혹은 대대로 내려온 가문의 이야기가 적힌 낡은 수첩입니다. 왜 우리는 그 절박한 순간에 '기록'을 선택할까요? 그것은 땅은 빼앗길 수 있고 건물은 무너질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나의 이야기’는 아무도 가져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성경이 가장 찬란하게 다듬어졌던 시기는 역설적으로 이스라엘 민족이 모든 것을 잃고 이방 땅으로 끌려가던 가장 어두운 ‘상실의 시대’였습니다. 그 절망의 끝에서 그들은 가슴 속에 품고 다닐 수 있는 ‘글자로 지은 성소’ 를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