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읽는 이유는 정답이 아니라 방향을 찾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왜 성경에서 늘 ‘정답’을 찾으려 할까
성경을 펼칠 때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비슷한 기대가 자리합니다. 이 상황에서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틀린지, 지금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답을 얻고 싶다는 기대입니다.
인생이 복잡해질수록, 관계가 얽히고설킬수록, 불안이 커질수록 우리는 더 선명한 정답을 원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고,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니, 그분의 말씀 안에는 언제나 명확한 해답이 들어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성경을 조금만 오래 읽어본 사람이라면 곧 한 가지 사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성경은 생각보다 정답을 즉각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책이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질문을 남기고, 긴장을 유지하고, 독자를 고민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훨씬 많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인물들이 모두 하나님과 동행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어떤 장면에서는 명확한 결론 없이 이야기가 끝나기도 합니다. 이것은 성경이 불친절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성경이 ‘정답집’으로 쓰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성경 속 인물들은 언제나 확실한 답을 알고 있었을까
성경을 정답의 책으로 읽으려 할 때 우리가 가장 자주 놓치는 사실은, 성경 속 인물들 역시 언제나 분명한 답을 알고 움직인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브라함은 목적지도 모른 채 길을 떠났고, 모세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사명을 앞에 두고 수차례 주저했습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으로 불리지만, 그의 삶은 실수와 후회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신약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늘 질문했고, 자주 오해했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성경은 이들을 ‘정답을 틀린 사람들’로 정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어느 방향을 향해 다시 돌아왔는지를 주목합니다. 성경이 관심을 두는 것은 완벽한 판단이 아니라, 삶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었습니다.
‘옳고 그름’보다 더 자주 등장하는 성경의 질문
성경을 차분히 읽다 보면, “이게 맞다” “이건 틀렸다”라는 선언보다 훨씬 자주 등장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너는 어디에 있느냐”, “너는 누구를 따르고 있느냐”, “너의 마음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 같은 질문들입니다. 이 질문들은 단번에 답할 수 있는 문제라기보다, 삶 전체를 통해 답해가야 하는 물음에 가깝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정답을 주기보다, 비유를 통해 생각하게 하셨습니다. 비유는 명확한 해설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듣는 사람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해석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이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불분명해서가 아니라, 신앙이란 누군가 대신 풀어주는 문제가 아니라 각자가 살아내야 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방향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성경을 방향의 책으로 읽는다는 것은, 매 순간 완벽한 선택을 하겠다는 약속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는 잊지 않겠다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방향은 속도보다 중요하고, 성취보다 지속성을 요구합니다.
방향을 잃지 않는 삶은 때로는 매우 느려 보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확신에 찬 언어로 말할 때, 방향을 점검하는 사람은 멈춰 서서 질문합니다. 이 선택이 사랑을 향하고 있는지, 이 판단이 두려움이 아니라 책임에서 나온 것인지, 이 신앙이 나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성경은 바로 이런 질문을 가능하게 하는 기준점을 제공합니다.
정답을 요구하는 신앙이 위험해질 때
신앙이 정답 중심으로 굳어질 때, 성경은 삶을 비추는 빛이 아니라 판단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정답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나누고, 질문하는 태도를 불신앙으로 몰아가는 순간, 신앙은 성장을 멈추고 경직됩니다. 역사적으로도 성경을 ‘절대적 정답의 집합’으로 다루려 했던 시도는 종종 배제와 폭력을 낳았습니다.
반대로 성경을 방향의 책으로 읽을 때, 신앙은 훨씬 단단해집니다. 방향은 타인을 통제하는 근거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방향을 말하는 신앙은 타인의 삶을 대신 판단하기보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도록 만듭니다.
성경을 방향의 책으로 읽는 실제적인 방법
성경을 읽으며 당장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본문이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 무엇을 향해 나를 부르고 있는지를 천천히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도움이 되는 한 가지 방법은, 본문을 읽은 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내가 옳은 사람이 되는 데 무엇을 요구하는가”가 아니라, “이 이야기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부르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전자는 즉각적인 판단을 요구하지만, 후자는 삶의 방향을 성찰하게 만듭니다.
또한 한 구절에 집착하기보다, 성경 전체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큰 흐름을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랑, 책임, 회복, 정의, 자비 같은 주제들이 어떤 방향으로 우리를 이끄는지 살피다 보면, 개별 상황에서의 판단 역시 조금씩 정렬되기 시작합니다.
방향을 잡는 신앙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성경을 방향의 책으로 읽을 때, 우리는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습니다. 실수할 수 있지만 돌아올 수 있고, 흔들릴 수 있지만 길을 잃지는 않는다는 신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신뢰는 성경을 덜 무겁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책임 있게 읽게 만듭니다.
정답을 얻기 위해 성경을 읽을 때 우리는 쉽게 좌절하거나 타인을 판단하게 됩니다. 그러나 방향을 잡기 위해 성경을 읽을 때, 우리는 조금 더 정직해지고, 조금 더 겸손해지며, 조금 더 사람다운 선택을 하게 됩니다. 성경은 그렇게 우리의 삶을 한 번에 바꾸기보다, 서서히 정렬해 나가는 책입니다.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매 순간 완벽한 답을 얻는 일이 아니라, 오늘의 삶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입니다. 그 방향이 사랑과 책임, 회복과 생명을 향해 있다면, 성경은 이미 우리 안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성취를 “기다리는 폴(Paul of Await)”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