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서가 말하는 재림 신앙: 소망의 엔진으로서의 기다림
믿음,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라.” (히브리서 11:1)
히브리서 11장은 믿음의 본질을 가장 명확하게 설명하는 성경 구절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실상'(hupostasis)은 '확고한 토대', '본질'이라는 뜻을 지니며, '증거'(elegchos)는 '확신', '논리적 증명'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런 설명만으로는 다소 추상적이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믿음이란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약속'을 이미 손에 쥔 것처럼 확신하며 살아가는 태도입니다. 마치 농부가 씨앗을 심으며 가을의 수확을 확신하는 것처럼, 혹은 계약서를 쥔 사람이 아직 입금되지 않은 돈도 이미 내 것인 양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말입니다. 눈앞에 증거는 없지만, 약속하신 분이 신실하시기에 그 약속의 실현을 의심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구절은 재림을 기다리는 신앙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믿고, 그날을 향해 나아가는 삶 자체가 곧 '믿음의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주어진 자리에서 정직하게 일하고, 작은 선행을 쌓아가며, 하나님께서 이루실 영원한 나라를 미리 살아가는 것—그것이 바로 히브리서가 말하는 '믿음의 실상'입니다.
고난 중에도 소망을 품는 태도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기다림은 단순히 '가만히 견디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눈앞의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을 굳게 붙들고, 적극적으로 믿음의 길을 걸어가는 능동적 결단이었습니다. 히브리서 11장은 노아, 아브라함, 모세 등 믿음의 선진들이 보이지 않는 약속을 바라보며 끝까지 인내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노아는 홍수가 나기 훨씬 전에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방주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비웃고 조롱했지만, 노아는 오랜 세월 동안 묵묵히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했습니다. 이는 '보이지 않는 약속을 현실로 믿는 믿음'의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아브라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본토와 친척, 아버지의 집을 떠나야 한다는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그는 자신의 안락한 삶을 내려놓고, 약속의 땅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히브리서는 “믿음으로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 기업으로 받을 땅에 나아갔다”고 기록합니다(히 11:8).
모세 또한 애굽의 왕궁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부귀영화를 뒤로 하고,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고난 받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받는 수모를 애굽의 모든 보화보다 더 큰 재물로 여겼다”(히 11:26)고 성경은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궁극적 영광을 바라보며 지금의 고난을 감내한 믿음의 결단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크고 작은 고난을 마주합니다. 질병, 경제적 어려움, 인간관계의 갈등, 사회적 불평등 등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믿음의 사람들은 보이는 현실에 압도되지 않고,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궁극적 승리를 바라보며 소망을 잃지 않습니다. 히브리서가 보여주는 선진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살아있는 믿음의 증거'입니다.
현실적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의 힘
기다림은 종종 지치고 답답한 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히브리서적 시각에서 기다림은 '멈춤'이 아닌 '진행 중인 믿음'입니다. 하나님께서 일하고 계시며, 그분의 때에 가장 선한 방식으로 응답하신다는 확신 속에서 우리는 오늘을 살아갑니다.
히브리서 12장에서는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히 12:2)고 권면합니다. 재림을 기다리는 신앙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예수님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현실적 좌절 속에서도 눈을 들어 주님을 바라볼 때, 기다림은 더 이상 고통스러운 인내가 아니라, 소망을 엔진 삼아 전진하는 삶이 됩니다.
기다림의 시간은 우리를 단련시키고, 믿음의 뿌리를 깊게 내리는 귀한 훈련의 시간입니다. 믿음의 사람들은 이미 완성된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오늘의 삶 속에서 그 가치를 실천합니다.
믿음, 소망, 사랑을 잇는 기다림
기다림은 믿음의 표현이며, 소망의 원동력입니다. 그것은 마치 겨울 속에서도 봄을 기다리는 농부처럼, 오늘을 성실히 일구며 미래의 열매를 확신하는 태도입니다.
눈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뿌려진 씨앗이 반드시 자라날 것이라는 믿음은 농부를 움직이게 합니다. 이처럼 신앙인 역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인내하며, 하루하루를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히브리서적 시각에서 기다림은 결코 수동적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를 하나님 나라답게 살아가는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신앙의 행위입니다.
믿음으로 오늘을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하나님 나라를 앞당기는 진정한 기다림입니다. 단순히 언젠가 오실 주님을 손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그분의 뜻을 이루며,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다림이 힘겨운 이유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를 믿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일하신다는 믿음, 그리고 그 약속이 반드시 성취될 것이라는 소망은 우리를 주저앉지 않게 합니다.
히브리서 11장의 믿음의 선진들처럼,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믿음의 걸음을 내딛을 때, 그 기다림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닌 영광의 준비가 됩니다. 오늘도 우리는 고백합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라.”
하나님 나라의 성취를 기다리는 폴(Paul of Await) 드림 🥰